일반 임직원들은 IT 부서의 담당자들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거나 상종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서로의 입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필자가 처음 IT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근무자들끼리 만화를 돌려보며 희희덕거리곤 했었는데, 대부분 IT 전문가들과 일반 사용자(주로 타 부서 동료들)들의 간극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런 만화들 속에서 둘은 천적처럼 묘사됐었고, 양측은 쉴새 없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거나 각종 무기들을 던져대고 있었다.
![[보안뉴스 / 6.12.] IT 담당자들과 일반 임직원들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http://www.boannews.com/media/upFiles2/2023/06/633575710_1086.jpg)
[이미지 = gettyimagesbank]
만화라곤 하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IT 전문가들과 일반 사용자들의 간극은 그만큼 크고 광활했으니까. 그리고 그 간극을 좁히는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안타깝게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러한 현상이 달라졌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IT 전문가 찰리 리아그라(Charlie Leagra)는 “대부분 일반 사용자들이 IT 부서나 담당자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IT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부서의 담당자들 만큼 고객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다거나(실제 많은 IT 담당자들이 그렇긴 합니다), 내 장비를 마음대로 가져다가 업무에 쓰고 싶은데 IT 부서에서 이를 금지시켰다거나, 약간의 설명을 요구했을 뿐인데 온갖 IT 전문 용어를 섞어 대는 것들이 그런 사례들입니다.”
필자도 여러 상담의 기회를 통해 리아그라의 말이 사실에 꽤나 가까움을 알게 됐다. 한 번은 대형 석유와 가스 기업에서 비즈니스 분석가 그룹을 두 개로 나눠 고용한 적이 있었다. 한 분석가 그룹은 IT 부분을 맡았는데, 시스템 프로그래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등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다른 분석가 그룹의 경우 사업 관련 부서와 더 밀접하게 일을 했다.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분석 작업을 실시했다.
이런 식으로 분석가를 두고 운영하는 사례는 처음 들어보았기에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IT 총 책임자는 “일반 부서의 직원들이 IT 비즈니스 분석가들은 사업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IT와 일반 사용자 혹은 일반 비즈니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주는 답이었다.
사용자와 IT 담당자들 사이는 좁혀져야 한다. 그것이 요즘과 같은 시대에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길이며, 사용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조직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일반 사용자들이 IT 전문가들에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다음 네 가지 안에 포함된다.
1. IT 부서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용자들이 보기에는 간단한 보고서 같은데, IT 부서가 이를 작성하는 데 1~2개월씩 걸리는 일이 태반이다. IT 부서의 담당자가 게으른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보고서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밀린 일이 너무 많아 요청한 보고서를 처리할 차례가 도무지 오질 않는다. 또한 간단해 보이는 보고서라 하더라도 백엔드에서 여러 가지 실험과 통합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어 내용을 작성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2. IT 부서는 큰 그림을 못 본다
일반 부서의 사용자들은 업무를 보다가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을 때 IT 부서에 이를 요청한다. 예를 들어 특정 업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달라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위의 예처럼 특정 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리고 결과물은 수주가 지나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늘 요청이 있어야만 움직이고, 그나마 결과물도 항상 함흥차사이니 IT 부서와 협력하는 게 너무나 어렵다.
3. IT 부서는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 사업부의 사용자가 IT 담당자들과 만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같이 기획한다고 했을 때, 한창 회의가 진행되고, 훈훈하게 마무리 되고, IT 담당자들은 자리로 돌아가 앱을 만들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그 앱은 회의 때 만들기로 한 앱과 완전히 딴판이다. 사용자가 이것 저것 요청한 것을 들어본 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앱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IT 부서 스스로가 판단해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구상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4. IT 부서는 일반 사용자를 무시한다
일반 사용자들과 IT 담당자들이 같은 회의에 참석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일인데, 대화가 금방 단절되고 침묵이 길게 감돈다. IT 담당자들이 그들만의 약어나 전문용어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기껏해야 ‘어디서 들어본 말’ 정도일 뿐인 그런 단어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대화가 성립되기 만무하다. 너무 어려워서 질문조차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불친절한 대화를 경험한 일반 사용자들은 IT 전문가들이 일반인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어떻게…?
사용자들의 생각이 대부분 이런데, IT 전문가들은 그들과의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까? ‘그렇게 합시다!’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해가의 비즈니스 스쿨 및 창업자 학교를 지원하고 있는 스몰비즈니스BC(Small Business BC)는 최근 한 게시글을 통해 IT 담당자들에게 “일단 된다고 말하고 방법을 연구하라”고 강조했다. 물론 사용자 편에서의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포함하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 타당한 선에 들어온 요구라면 어렵다고 할지라도 ‘가능하다’고 답하라는 것이다.
필자도 IT 분야에서 CIO로서 꽤 오랜 시간 근무해 왔는데, 스몰비즈니스BC 측의 이러한 권장 내용에는 격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일단 무엇보다 – 필자도 IT 담당자였지만 – 우리 IT인들이 일단 ‘안 됩니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위급 간부나 와서 뭘 직접 요청해야 알겠습니다라는 답을 하지, 직급이 낮은 사람들의 요청은 100이면 100 거절 당한다고 봐야 한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IT 담당자 출신이라 거절할 수밖에 없는 IT 전문가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IT 업무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것이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IT 담당자들이 뒤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은 정말로 산더미 같다. 게다가 함부로 IT 기능이나 장비, 솔루션을 추가했다가 어떤 보안 문제가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다. 심지어 들어오는 IT 요청들 중 상당수가 ‘그냥 해 본 소리’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건 사용자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지금 이런 요청을 주셨는데, 제가 손 대기 시작할 수 있는 때는 다음 주쯤이 될 거 같습니다. 괜찮은가요?’ 우리에게는 이런 좋은 말이 있다. 간단히 ‘지금 안 됩니다’라고 딱 잘라 거절하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가. 상급자가 급한 요청을 해서 다른 것 제쳐두고 그것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앞서 요청을 한 사람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일이 미뤄지게 됐음을 알리는 것도 현명한 대처법이다. 이렇게 대화를 해야 사람들이 IT 담당자 바쁜 걸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멀어진 IT 담당자와 일반 사용자 간의 간극은 이렇게 메워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으며, 한 번에 가까워질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달라 말 몇 마디로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는다면 위에서 언급한 회사처럼 IT 담당자와 일반 사업부 직원들 간 대화는 영원히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두 그룹의 분석가를 따로 고용하는 곳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의 경험이라는 기업들의 목적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가 될 것이다.
글 : 메리 셰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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